내 인생의 비타민

[도종환] 너의 싸움

양우 2015. 10.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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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싸움

 

옛날엔 밖에 나와 싸우는 게

진짜 싸움인 줄 알았지

지금 너를 보니 안에서 싸우는 싸움이

진짜 싸움이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속 편하게 치고 빠지는 싸움은

겉멋에 지나지 않는 싸움인지 몰라

매일 얼굴을 대하고 속이 푹푹 썩어가며

그렇게 싸운 사람만이 진정으로 이길 수 있어

화살통을 메고 먼발치서

화살만을 날리는게 아니라

제 몸이 화살이 되어 날아가 박혀

온몸으로 끌어안고 뒹구는 사람들 좀 보아

우리는 어쩜 관전평이나 하고

입으로만 싸우면서

그 크나큰 모순들을 이길 것으로

믿어왔는지 몰라

싸움은 그래 너처럼 하는 거야

삶의 한복판에서 삶의 온갖 모순 질곡

그런 것들의 한가운데서

때로 얻어터지고 깨어지면서 그렇게 시원하게 그렇게 결판이 날 때까지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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