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물줄기 하나라도 막지 않는다 산은 어느 곳으로도 물이 흘러갈 곳을 내어준다 그 그늘에 와서 살고자 하는 것은 풀벌레 꽃씨 하나라도 살 자리 만들어준다 벼랑가에도 둥지틀 곳 내어주고 바위 틈서리에도 뿌리내릴 자리 비워준다 짐승 한마리 절대 마구 내쫒지 않는다 도시 끝 버림받은 산비탈 동네에서라도 자식새끼 데리고 살아보려 몸부림치는데 아직 숟가락 들고 있는 어린아이 밥상을 포클레인으로 내리치는 광경을 이 시대 사람의 산동네에서 본다 곡괭이 자루로 사람이 들어 있는 집을 내리찍는 모습을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어린 꽃모가지도 짐승의 여린 발목도 다 부러뜨려 내쫒는 모습을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