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이 백일 지나 밖에 안고 나가니
안 도 현
민석이 백일 지나 밖에 안고 나가니
동네 어르신네들 하시는 말씀 있다
그 놈 참 잘도 생겼다 장군감이로구나
얼럴 얼럴러 깍꿍
그놈 참 미끈하게도 생겼다 대통령감이로구나
볼기짝 한대 철썩
그런데 그런 덕담도 어찌 내 귀에는
반갑게 들리지 않는다 민석아
나는 네가 먼 훗날 제발
장군이나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국을 지키는 일보다
정권의 들러리나 서는 장군이라면
부하에겐 늑대가 되고
상관에겐 쥐새끼가 되는 장군이라면
하늘의 별보다 어깨 위의 별에 눈먼 장군이라면
아직도 반공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장군이라면
어느 땐가 때가 오면 혼란을 틈타
군복을 벗어던지고 싶어하는 장군이라면
학살을 하고도 피 묻은 손을
태연히 감추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최루탄 없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대통령이라면
세계에서 유례없이 천육백 명이나 되는 교사들
교단에서 몰아낸 대통령이라면
정권 유지 수단으로 통일을 이용하는 대통령이라면
믿어주세요 하고는 금방 국민을 속이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장군 그런 대통령 개에게나 주고
민석아 나는 네가 먼 훗날
이런 장군 이런 대통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외국 군대가 우리 땅에 설치고 다니면
분노의 칼을 들어 물리칠 줄 알며
권좌에는 티끌만큼도 욕심없는 장군 말이다
자본가의 흰 손보다
일하는 사람의 거친 손을 제일 귀하게 여기며
백성을 하늘로 섬기는 대통령 말이다
누구나 그 앞에 무릎 꿇고 싶은 사람말이다
그날이 와서
민석아 네가 장군이나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싸리빗자루를 들고 그이의 집 마당을 쓰는
사람이 되어도 나는 좋겠다.
날마다 펜으로 그이를 찬양하는 시를 쓰는
시인디 되어도 나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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