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비타민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양우 2015. 10.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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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직선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도종환의 시집 '부드러운 직선' 중에서

 

이 시 처럼 휘어질 때는 휘어지더라도 원칙은 항상 지키며 살고 싶다. 근데 나이가 어릴 때는 휘어지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직선처럼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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