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비타민

모성,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마더를 본 후...)

양우 2009. 6. 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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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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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마더'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의 상반된 평가에 마음이 꺼렸지만
친구의 추천을 믿고 봤는데 정말 흥미진지하고 추천할 만한  영화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여학생이 살해된다. 시체는 동네사람들이 보란듯이 옥상에 올라가 있고 제대로 된 살인사건 한 번 처리해 보지 못한 경찰은 수사를 하기 보다는 정황과 덜떨어지고 힘이(돈,권력) 없다는 이유로 도준을 범인으로 몰아간다.

 아들이라면 어떤 일이든 하는 엄마(김혜자)는 아들이 '내가 죽이지 않아지'라는 말을 믿고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혼자서 죽은 여학생의 주변을 조사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모성과 도덕성'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는 어머니들의 마음과 행동' 헌신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모성'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나 모성은 신성시되어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자기자식에 대한 지극한 모성이 타인에게는 잔인하고 폭력적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 자식의 친구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자식의 죄를 덮기위해 살인방화까지 하는 엄마의 모습이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의심의 화살을 자연스레 도균의 친구인 진태를 향하게 된다. 

 자신이 빽밀러를 부수고도 자연스레 도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동, 죄를 뒤집어씌운 엄마한테 돈을 뜯어내는 행동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의 잣대에서는 충분히 범인으로 몰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저 그런 놈'인 것이지 여학생을 살해한 살인자는 아닌 것이다.

 그에 반해 엄마와 고물상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찰서를 나와 비를 맞고 걸어가다 지나가는 할아버지의 리어카에서 못 쓰는 우산을 쓱 꺼내 쓰고는 그냥  가지 않고 주머니에서 2천원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엄마의 모습과 건넨 돈 중 천원만 가져가는 할아버지의 모습.

 정말 못 쓰는 우산이고 할아버지는 그 우산을 꺼냈는지 몰랐는데 돈을 건네는 엄마의 모습과 건넨 돈에서 천원만 가져가는 모습은 우리의 잣대로 보기에도 도덕적이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모습의 다른 면에는 '살인방화와 원조교제'라는 범죄가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다뤄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은 우리사회의 권력의 모습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얘기다.  

 공권력을 대변하는 경찰은 문아정과 고물상 할아버지의 죽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문아정 사건은 그저 신문에 크게 나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또다른 사회적 약자인 도균을 범인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싶어하고 고물상 할아버지는 불이 나 죽은것으로 종결해 버린다.

 엄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돈이라는 권력을 쓴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아이들에게 오뎅과 떡볶이를 사주고 진태를 움직인다. 그러나 그녀도 사회적 약자이다. 그래서 경찰이 엄마없고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도균보다 더 약자인 아이를 범인으로 지목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며 오열했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우리사회에서 보여지는 권력과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그리면서 모성과 도덕성의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보고나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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