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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23

[안도현]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안도현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후광과 거산의 싸움에서 내가 지지했던 후광의 패배가 아니라 입시비리며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 아니라 대형 참사의 근본 원인 규명이 아니라 전교조 탈퇴확인란에 내 손으로 찍은 도장 빛깔이 아니라 미국이나 통일문제가 아니라 일간신문과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유경이가 색종이를 너무 헤프게 쓸 때, 옛날에는 종이가 얼마나 귀했던 줄 너 모르지? 이 한 마디에 그만 샐쭉해져서 방문을 꽝 걸어 잠그고는 홀짝거리는데 그때 그만 기가 차서 나는 열을 받고 민석이란 놈이 후레쉬맨 비디오에 홀딱 빠져 있을 때, 이제 그만 자자 내일 유치원 가야지 달래도 보고 으름장도 놓아 보지만 아 글쎄, 이놈이 두 눈만 껌뻑이며..

[안도현]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안 도 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누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中에서 이 시는 가..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집 '높고 쓸쓸한' 중 전문 정말로 유명한 한구절 짧지만 강렬한 한 구절의 시 안 그래도 세상을 살면서 부끄러운일이 많은데 이 시를 보면 연탄재에게도 부끄럽다. 이 시의 구절처럼 정말 나는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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